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국내 대기업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25년 투자계획을 확정한 대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하며,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기존 설비 유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발표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투자계획 수립 현황은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68.0%가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아예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투자계획을 미정으로 둔 기업들은 주요 원인으로 △조직개편 및 인사 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전망(20.3%) 등을 꼽았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는 기업들이 미래 투자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계획을 확정한 기업들 중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59.0%를 차지했으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28.2%)이 증가시키겠다는 응답(12.8%)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투자 확대 응답이 감소 응답을 웃돌았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한편, 설비 투자에 대한 소극적 접근도 드러났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77.8%는 올해 설비투자가 기존 설비의 유지 및 개보수에 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8.9%에 불과했다. 이는 한경협이 2025년에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기업들은 올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고환율 및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13.7%) 등을 지적했다.
한경협은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0%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가 국내 기업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투자 저해 요인으로는 △설비 및 R&D 투자에 대한 세제·보조금 부족(37.4%)이 가장 많이 지적됐으며, △ESG 규제(21.3%), △설비 투자 신·증축 관련 인허가 규제(15.0%)도 주요 문제로 꼽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금융 지원 확대(21.0%), △법인세 감세 및 투자 공제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규제 완화(15.3%)를 요구하며 투자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 투자는 위기 극복의 열쇠 역할을 했다”며 “현재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부는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하고 과감한 금융 및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신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