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한 해 우리나라에서만 유리창 충돌로 8백만 마리의 새들이 죽어간다. 인간에겐 아름답고 유용한 건축소재지만, 새에게는 치명적인 죽음의 울타리인 것이다.
▲국내에서만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의 수는 1년에 8백만 마리에 달한다.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는 새들은 유리창에 비친 식생 또한 실질적인 현실의 공간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늘을 나는 새의 속도는 25km~70km, 날기 위해 뼈와 두개골이 연약하게 진화해온 새들이 이런 속도로 유리창과 충돌한다면 마치 계란을 바위에 힘차게 던지는 충격과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2만 마리 이상 죽어가는 유리창 충돌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는 없을까. 이번 편 ‘조류 충돌, 유리창 살해사건’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그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아 나선다.
국립생태원 김용준 실장은 틈만 나면 도로와 아파트의 방음벽을 찾는다. 죽은 새를 관찰하고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구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간 익산 23번 국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진다. 참매와 박새, 노랑턱멧새. 사고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하늘을 마음껏 날고 있을 새들이다.
이렇게 죽어가는 새들이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8백만 마리에 달하며, 지금도 전국 곳곳을 활동가들에 의해 유리창 충돌사고가 전해지고 있다.
수원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던 은수희 씨는 2년 전, 아파트 정원에서 충돌사고로 다친 솔부엉이를 보고 난 뒤, 열렬한 새의 지킴이가 됐다.
요즘도 가끔 아파트 방음벽을 돌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다친 새를 살피고 있다. 이렇게 은수희 씨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이 최근 급증하는 새의 충돌사고와 함께 부쩍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인 은나현 씨는 학교 건물에서 일어나는 유리창 충돌사고를 기록해왔다. 그런 어느 날 나현 씨는 유독 하나의 건물에 충돌사고가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곳은 숲과 마주 보고 있는 건물. 새들이 유리창에 비친 숲을 실제의 숲으로 착각했던 결과였다.
왜 달빛만으로도 들쥐를 사냥하는 솔부엉이가 유리창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면서도 서로 날개를 부딪치지 않는 기러기가 왜 방음벽에 부딪히는 것일까.
▲3D프린팅으로 확대 제작된 조류 두개골(위)과 실제 조류 두개골(아래)
제작진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새의 유리창 인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새들은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35km-70km로 날다가 영문도 모른 채 유리창이라는 죽음의 벽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새들, 과연 이 새들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 세계에서 조류 충돌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해 미국에서 조류 충돌로 죽어가는 새가 연간 10억 마리에 달하며, 캐나다의 경우엔 2천5백만 마리에 이른다. 방관하면 생태계의 축이 무너질 수 있는 엄청난 수다.
새들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최근 저감 방지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가로, 세로 5cm 간격으로 유리창에 점으로 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새에게 자신이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린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7월 녹색연합에서 저감방지스티커를 유리창에 부착한 결과, 유리창 충돌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작은 실천이 우리 주변의 새를 보호하고 나아가 자연을 보호하는 방안은 아닐까.
▲3D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조류 두개골과 눈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에 처한 동물이 생겨난다. 3D프린팅 기술은 동물의 의족, 의수나 깁스 등의 맞춤 제작에 많이 활용돼 동물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KBS 환경스페셜 ‘조류 충돌, 유리창 살해사건’에서는 흰배지빠귀 두개골과 눈의 구조를 살피기 위해 프로토텍의 3D프린팅, 3D스캐닝 기술을 활용됐다.
이번 편은 오는 3월 11일 밤 8시 30분 KBS2TV 와 3월 14일 밤 8시 5분 KBS1TV ‘환경 스페셜’에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