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사물인터넷] 500억 디바이스가 연결된 IoT … 비즈니스 측면서 접근

  • 등록 2015.06.18 18:00:34
URL복사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가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물론, 팔찌나 반지, 목걸이와 같은 액세서리 형태부터 보일러, 콘센트, 침대, 엘리베이터, 포크레인 등 가정 및 산업용에 이르기까지 새로 출시되는 디바이스에는 어김없이 ‘사물인터넷’이라는 말이 붙는다. 이런 속도라면, 시장조사기관들의 전망처럼 5년 후쯤 500억 개 이상의 사물들이 상호 연결되어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꿔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들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사물인터넷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사물인터넷 활성화 배경으로는 센서 기술 발전, 부품의 소형화 및 저전력화, 다양한 무선통신 기술 발전, 데이터 처리 기술 발전, IPv6 체계 도입, 그리고 이와 같은 기술 발전에 따른 저가격화 등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나노 기술 및 MEMS 기술 등이 발전함에 따라 반도체 집적도는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동일한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의 크기가 18개월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같은 공간에 작은 크기의 프로세서를 여러 개 만드는 멀티코어 기술을 이용하면 단일 프로세서를 이용하는 것보다 성능도 높이고 소모 전력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 역시 같은 성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소자가 소형화됐다는 것은 단순히 크기와 부피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모전력도 비약적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단적인 예로, MEMS 기술을 이용하는 센서들의 소모전력은 기존 센서 대비 수십 분의 일에서 수백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소모전력은 저전력 블루투스(BLE ; Bluetooth Low Energy, 그림 1)와 같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서도 줄일 수 있다.


그림 1. ‌초소형 사물인터넷 장치에 이용되는 저전력 블루투스(BLE) 모듈 (출처 : Jaycon Systems 및 TDK 홈페이지)


BLE 기술의 최대 전력 소모량은 12.5mA에 불과하여 1,200mA LTE 통신 기술의 1/100 정도의 전력으로 통신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Wi-Fi)와 같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과 비교해도 1/10 정도의 전력만 있으면 통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BLE 모듈의 대기 전력이 10㎂ 이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소형 저전력 배터리를 이용해도 오랫동안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 발전은 관련 기업과 기관들의 연구개발 및 표준화 노력에 기반하며, 대량 생산(HVM ; High-Volume Manufacturing)과 관련된 기술 발전은 소형화와 저가격화를 앞당기는 동인이 되었다.
예를 들어, 저전력 블루투스 칩셋의 가격은 10만 개 이상 구매 시 1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SSD 메모리 가격도 10GB에 1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과 그로 인한 가격 하락이 없었다면,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나 서비스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요인들로 인해 사물인터넷이 출현한 부분까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사물인터넷의 활성화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지금까지 회자됐던 내용과 다른 관점에서 사물인터넷의 활성화 배경을 살펴본다.


이동통신사, 지속 성장을 위한 돌파구 마련


그림 2. 이동통신사의 신규 가입자 증가율


외국에서 솔루션 사업자나 플랫폼 사업자가 사물인터넷 열풍을 주도했다면,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가 사물인터넷 열풍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2와 같이, 2010년대 초반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됨에 따라 신규 가입자 증가율이 2∼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동통신사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인 ARPU는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쳤다(그림 3, 그림 4 참조).


그림 3.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 추이


그림 4. 이동통신사의 ARPU는 LTE 서비스 제공 전까지 꾸준히 하락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사람 사이의 통신(Internet of People)이 아닌, 사물 간 통신(Internet of Things)이었다. 물론, 1990년대 후반부터 기계(Machine)를 컴퓨터 시스템과 연결하는 Machine-to-Machine(M2M) 사업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이를 다양한 산업 섹터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이다.


그러나 그 노력의 결실은 실망스러웠다. 2011년 말 148만이던 M2M 회선은 3년이 지난 2014년 말 284만 회선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간 증가율로는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M2M 회선이 데이터를 많이 생성하지 않다 보니 M2M 회선의 ARPU는 휴대폰 ARPU의 10∼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M2M 가입자 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720만의 5%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 매출에 대한 M2M 회선의 기여도는 1%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서비스 기반의 생활밀착형 디바이스를 공급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빠르게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입에 따른 비즈니스 생태계 변화


2007년 6월 29일은 이동통신 업계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업계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아이폰 2G가 처음 출시된 날이기 때문이다(국내에서는 아이폰 3GS가 2009년 11월 29일에 처음 출시됐다).
아이폰 출시가 이동통신 업계의 생태계를 바꿔 놓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나중에는 사물인터넷에도 영향을 끼쳤다. 즉, 폐쇄적인 생태계를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시킨 계기가 됐으며, 스마트폰과 연결해 이용하는 하드웨어 생태계를 촉발시켰다.


아이폰이 출시됨에 따라, 그 동안 이동통신사가 폐쇄적으로 운영하던 ‘왑(WAP) 기반 모바일 인터넷’ 환경을 ‘웹(Web) 기반 모바일 인터넷’ 환경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이동통신사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네이트(nate), 매직엔(magic-n), 이지아이(ez-i) 등과 같은 이동통신 포털의 붕괴를 야기했으며, 애플의 앱스토어(AppStore)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PlayStore)와 같은 개방형 생태계를 촉발했다.


개방형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는 누구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개발자들이 어플리케이션 및 응용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애플이 개발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160억 달러에 달하며, 구글이 지급한 금액은 70억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그림 5).


그림 5.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에게 지불한 금액 (출처 : Business Insider)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태계의 변화는 폐쇄형 마켓이 개방형 마켓으로 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사용자와 관련된 개인 정보를 다수 이용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 블루투스,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과 같은 다양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내장하고 있다. 따라서, 나이키의 나이키 플러스(Nike+)를 필두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앱세서리(Appcessory)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초기 핏빗(FitBit)과 같은 활동 측정기(Activity Tracker)를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앱세서리 시장은 이제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 전반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기 위한 노력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인용 PC와 PC 통신, 인터넷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가상의 세계(Cyber World)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의 괴리감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났으며, 현실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됐다.


가상현실 기술은 가상세계의 모습을 보다 현실과 닮은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가상현실 기술의 응용분야가 제한적이었으며 이를 현금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온라인의 가상세계와 오프라인의 현실세계를 연결(Online-to-Offline, O2O)하려는 노력은 이미지 및 영상 분석 기술의 발달과 함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통해 나타났다. 


증강현실 기술은 HUD(Head-Up Display)나 스마트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역시 현금화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교통, 게임, 소비자 유통 등 특수한 분야에서 솔루션 형태로,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증강현실과 달리 현실세계의 객체(Object)와 가상세계의 객체를 연결한다. 사물인터넷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객체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함께 연결하고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그림 6).


그림 6. 사물인터넷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뒤를 이어 나타나는 O2O 패러다임이다



정부의 시장 활성화 수단


현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조경제를 내세웠으며, 창조경제를 위한 핵심 동인으로 사물인터넷을 지목했다. 융합(Convergence)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는 첨단 과학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과 산업을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창조경제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국에 17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융합형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창업 지원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민관협의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창의적 제품의 사업화 및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IoT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지원이 이루어짐에 따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들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인터넷을 더 활성화하려면


사물인터넷은 기술 용어가 아니다. 사물인터넷은 지금까지 개발되어온 다양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보려는 비즈니스 용어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디바이스 기술, 센서 및 엑추에이터 기술, 무선 통신 기술, 암호화 및 보안 기술,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서비스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운 서비스는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물이든 서비스든,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이용하는 것들을 새로운 방향에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학용 교수 _ 부산대학교 사물인터넷 연구센터






주요파트너/추천기업